이처녀의 향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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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24년 4월 10일, 「이처녀의 향학열」
꽃다운 두 처녀가 대담스럽게 부모 몰래 나왔다가 붙들렸다. 지난 6일 정오경에 경북 영주군 방면으로서 오는 자동차가 상주에 잠깐 정류함을 타서 꽃같은 두 처녀들은 점심을 먹고져 하여 여러 사람의 시선을 끌며 석모(石某)의 여관으로 들어가더니 몇 분이 못되어서 당지 경찰서 순사 2, 3인이 나와서 그 처녀들이 간 여관으로 가서 그 두 처녀를 데리고 경찰서로 가서 간곡히 설유하여 영주로 돌려보내었다는 데 이제 그 자세한 사정을 들으면 그 두 처녀들은 경북 영주 시장 전기석(全基石)의 장녀 전영희(全永熙, 16)와 전기석의 조카 딸 전숙자(全淑子, 17)라는 아리따운 처녀인데 그들은 모두 금년에 영주보통학교 여학교를 졸업하였다 하며 재작년에 대구 신명여학교에 이년간이나 초등과에 다니다가 어떠한 사정으로 인하여 중지하였는데 보통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자기 부모들에게 항상 대구로 보내어 달라고 무한히 애를 쓰며 졸랐으나 자기 부모는 오늘내일하며 개학기가 되도록 보내 주지 아니함으로 배우고저 결심한 바를 다시 고칠 수 없어 자기 부모의 돈 40원을 몰래 가지고 나왔다 하며 집에 돌아가더라도 최초 결심한 바를 굽힐 수는 없다고 하며 산긋산긋 웃는 그 얼굴에는 그만한 결심과 그만한 자신이 있는 듯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