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포기하야 작인에게 일임한 지주의 각성, 경북 영주군의 지주 강택진씨 재산 전부를 작인에게 내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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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23년 4월 26일,
「토지를 포기하야 작인에게 일임한 지주의 각성, 경북 영주군의 지주 강택진씨 재산 전부를 작인에게 내주어」
오랫동안 지주들의 독한 손에서 죽어오던 조선의 소작인들도 근년에 이르러는 최후의 피와 힘을 다하여 각자의 권리를 세우며 노동의 보수를 완전히 얻기 위하여 완악한 지주들에게 반항하며, 따라서 지주들도 時勢를 깨닫고 양심에 찔리어 소작인들의 요구를 다소간 들어주는 모양이나 아직 시원한 것이 하나도 없으므로 소작인 운동은 점점 맹렬하여 가는 터인데, 수일 전 경상북도 지방에서는 아직까지 꿈 가운데 있는 지주들에게 정문일침(頂門一針)되는 사실이 있었다.
경상북도 영주군 풍기면 금계동에서 삼십여 년 동안 지주의 호사로운 살림을 하던 강택진(姜宅鎭)씨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재산 전부(토지만 9천여 평)를 소작인 조합에 내어주는 동시에 「소작인에게 告」한다는 글을 지어 그곳 소작회에 보내고 알몸으로 나선 일이다. 강택진씨가 그 가진 재산을 버리고 나선 그 동기와 이유 등 씨의 사상의 전체는 특히 금일 본지 5면에 씨의 글을 발표한 터 … 이 소문을 들은 그곳 부근의 지주들은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다더라.
「지주권을 포기하고」
네, 그런 일이 있습니다. 별로 소작인들에게 나누어 준 것도 아니고 그저 세상에 버렸습니다. 그것을 내가 가지고 있던 까닭에 한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부터 양심의 비판대로 좀 살아볼까 하여서 또는 남의 힘을 먹지 말고 제 힘으로 살아보려고 그랬습니다. ‘박애․ 평등․ 자유’를 실현하려고 하면 적어도 먼저 소유욕을 없애버려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하려면 할 수 있는 계급적 언어를 한결같게 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실행합니다. 나의 아내 되는 사람은 내 뜻을 매우 찬성하여서 어린 자식에게도 ‘하시오’라고 말했습니다. … 세상 사람은 어찌하였던지 나는 나 혼자만이라도 ‘참사람’의 ‘참살림’을 하여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